3D프린팅 12

빨래바구니 바구니 (2): 살찐 손가락과 무심한 반지

사실 3D 프린팅을 벌크로 걸어놓기 전 하나를 뽑아서 공차를 확인했다. 프린팅한 부품은 PVC 파이프의 직경과 잘 맞았고, 대량 프린팅을 개시했다. 문제는 그 PVC 파이프는 시트지를 바르기 전의 그냥 파이프였다.아니나 다를까, 시트지를 바른 파이프는 공차가 맞지 않았다.새로 생긴 공차와 씨름하는 동안 3D 프린팅은 끝나갔고, 다량의 부품이 완성되었다. 이 부품들과 내 시간이 아까워서 어떻게 사용할 방법이 없는지 궁리했다. 부품을 결착할 부분에만 시트지를 안 바르면? 안타깝게도 높이 방향 파이프는 파이프 한 중간에 부품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가능한 해법은 아니다. 역시 부품 안쪽을 갈아서 치수를 바꾸는 것이 좋겠다.집에 있는 부속들로 전용 그라인더를 제작했다. 꼭대기에서 직경보다 살짝 작게 시작해서 아래..

메이킹로그 2026.10.01

빨래바구니 바구니 (1): 이것은 파이프다

제습기 배수구에 쓸 호스를 사는 겸 쇼핑도 하려고 집 근처 공구점에 방문했다. 하지만 토요일은 점심까지만 영업하고 문을 닫더라. 당연하지만 공구점은 다이소가 아니니까... 아쉬움을 뒤로하고 집에 걸어가다 문을 연 건재사가 보여서 들어갔다. 거대 로봇 손을 만들 때 손가락과 손목의 균형추로 쓸 벽돌(...)을 구입하기 위해 방문했던 건재사였다.제습기에 쓸 호스는 물론이고 매번 공작에 유용하게 쓰던 PVC 파이프도 샀다. 모든 PVC 파이프는 4m 단위로 파셨다. 나는 머리를 쉬게할 만큼 힘이 충분하기 때문에 집에 잘 들고올 수 있었다. 오랜 시간 비와 먼지를 맞아 오염이 있는 것 빼면 완벽했다. 먼지야 닦으면 되니까.이 PVC 파이프를 이용해 계획한 가장 첫 공작은 빨래바구니 정리대다. 다용도실에는 빨래바..

메이킹로그 2026.09.30

골칫거리 판재를 창고 팬트리로

내가 살고 있는 건물은 필로티 구조라서 1층에 있는 건 주자장과 계단 뿐이다. 계단 아래에는 해리포터가 살았을만한 창고 공간이 있는데, 캠핑을 시작한 이후로 짐이 너무 많아 집주인에게 허가를 구하고 그 공간을 창고로 쓰고있었다. 근데 그 공간은 사람이 서서 들어갈 수 있는 높이가 아니고, 좁은데다, 꺾여있기까지 해서 그냥 짐을 던져넣는 것 외에 좋은 이용법이 없다. 근데 마침 지난 글(판재를 수급하는 방법)에서 생긴 아주 무겁고 긴 판재가 골칫거리라 고민중이었는데... 이 공간에 팬트리를 짜서 넣으면 참 좋겠다는 아이디어에 도달했다.일단 그 문제의 판재 길이를 감당할 수 있는 입구를 가졌는지 확인해보기로 했다. 줄자로 시뮬레이션을 했고, 결과는 굿! 판재가 안쪽 벽에 걸리지 않고 충분히 들어갈 수 있다...

메이킹로그 2026.09.19

렌지 후드 랩소디 (2): 뒤집기 한 판

지난번에 새로 단 모터가 의도와 다르게 시계방향으로 회전하는 사고가 있었다. 근데 선풍기 모터는 재밌는 성질이 있다.선풍기 모터는 헤드 회전 기능을 위한 웜기어가 반대편 말미에 달려있다. 그리고 반대편이기 때문에 이 녀석은 반시계방향으로 회전한다! 이 반시계방향 회전을 이용하면 시로코 팬 블레이드를 올바른 방향으로 회전시킬 수 있다.무식하게 3D프린팅으로 샤프트를 연장하는 무언가를 뽑을 수도 있겠지만, 살짝 더 머리를 써서, 모터를 (이번에는 조심히) 분해해서 축을 뒤집어서 넣었다. 이리하여 앞 축이 짧고 뒷 축이 긴 선풍기 모터가 완성됐다. 지난번과 동일한 방법으로 다시 조립했다.반시계방향으로 돈다! 이제 벌류트를 조립하고 흡기/배기가 올바르게 되는지만 확인하면 된다.풍량 측정에는 우리집의 최첨단 풍량..

메이킹로그 2026.09.16

렌지 후드 랩소디 (1): 일이 점점점점 커진다

가스렌지 후드가 어느 순간부터 전원을 켜도 돌지 않았다. 또 완전히 돌지 않는건 아니고, 켜놓고 무시한 채 요리하면서 세월아 네월아 기다리다보면 어느순간 갑자기 돌기 시작했다.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뜯어봐야겠다 마음만 먹던 몇 달, 드디어 후드를 뜯었다.뜯는 내내 끈적한 묵은 기름때가 진행을 방해했다. 손에 묻으면 비누로도 잘 안 지워져서 장갑을 끼고 공구에도 비닐을 씌웠다. 열어보니 후드 구조는 평범한 시로코 팬 형태였다. 근데 손으로 날개를 돌려보니 저항감이 굉장했다. 기름때가 베어링에 스며들어 회전을 방해하고 있는 것이다. 모터를 갈라봤지만 다행히 모터 안쪽은 문제가 없어보였다. 외부와 접촉하는 베어링 쪽만 잘 윤활해주면 될 문제로 보였다.샤프트를 긁어서 기름때를 벗겨내고 집에 있던 다용도 그리스로..

메이킹로그 2026.09.11

기록을 위한 메이킹 (4): 이게 맞나?

미국 경찰이 된 경건한 기분을 느끼며 공작할 때 마다 바디캠을 착용하고있다. 다행히 불편하진 않고, 촬영한 푸티지를 컴퓨터에 옮기는 것도 번거롭지 않았다. 1인칭으로 촬영한 것 같은 공작 푸티지들이 자동으로 수집되고있다. 근데...정말 대부분의 푸티지는 대체 뭘 하는지 분간할 수 없는 영상이다. 이따금 어떤 행위를 분간하는데에 중요한 파츠가 손이나 물건에 가리는거나 무사히 앵글에 잡히긴 했는데 예쁘지 않다거나 다 있을 만한 일인데... 그냥... 공작이란게 원래 대부분의 시간동안 재미있는 일이 일어나지 않는 일인 문제도 있다. 그래도 어떻게든 잘 비틀면 안 찍는 것 보다는 나은 뭐가 되지 않을까? 라는 심정에 일단 앵글을 바꾸기로 했다.어깨에 카메라를 달아보자. 보기엔 엉망진창인데 사실 착용감도 엉망진창..

메이킹로그 2026.09.10

나의 힘이 게임 속의 힘이라면?! (1): 운동 해킹하기

나는 운동이 싫다. 운동이 싫고 먹을 것도 좋아하는 바람에 체중의 상태가 말이 아니다. 우리집에는 의자에 앉아서 밟을 수 있는 실내 자전거가 있지만, 그게 내 운동 습관에 도움을 주진 않는다. 실내 자전거를 밟을 정도로 운동에 흥미가 있었다면 아마 진짜 자전거를 타거나 헬스장에서 머신을 탔을 것이다.역설적이게도 내 운동 습관의 가장 큰 적은 내게 주어진 자유도이다. 나는 운동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는데다가, 운동을 시작하더라도 내가 원할 때 멈출 수 있다. 한 때 러닝을 시도했던 적이 있었는데, 뛰는 행위에서 오는 힘듦이 너무 싫어서 계속 뜀박질을 멈추게 됐다. 사람들은 러닝을 하면 머릿속이 텅 비는 느낌이 들어 좋다고 하는데, 나는 뛰는 동안 힘듦을 느끼면서 그 힘듦에 집중하는 상념들이 계속 '..

메이킹로그 2026.09.09

기록을 위한 메이킹 (3): 미국 경찰 VIBE

여태까지 노력을 돌아볼 때, 나는 내 손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촬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그러나 눈보다 손에 가까운 신체 부위가 있다. 가슴팍이다.보통 미국 경찰들이 가슴팍에 카메라를 달고 다니고, 유튜브에서 심심치않게 이 시점의 푸티지를 찾을 수 있다. 음... 공작 촬영용으로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마침 지난 일본 여행때 다이소 가방 스트랩을 엮어서 만든 (...) 하네스가 있었다. 하네스에 카메라를 달기만 하면 된다. 나에게는 서랍 안에서 잠자는 Insta 360 X3가 있으니 그걸 쓰면 된다. 내 하네스는 대략 오른쪽 사진과 같은 구조라서 쇄골쪽이 빈다. 쇄골쪽에 카메라 렌즈가 오도록 인터페이스를 만들기로 했다.버클은 이미 공개된 모델을 조금 개조했다. 버클의 반대편은 하네스에 물려서 인터..

메이킹로그 2026.09.08

케이블 와인더 (1): 그저 그런 케이블 와인더들

❤️긴 케이블의 좋은 점❤️: 길다. 꽂아놓고 아무데나 갈 수 있다.💩긴 케이블의 나쁜 점💩: 길다. 꽂아놓아도 아무데나 간다.현대차와 아이폰 16e 사이에 간헐적 블루투스 끊김 현상이 보고된다고 한다. 그리고 나는 현대차도 있고 아이폰 16e도 있다. 이 문제에 직격탄을 맞았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아무 문제 없지만, 1) 시동을 껐다가 2) 잠시 뒤에 돌아와서 시동을 켜고 3) 핸드폰이 자동으로 차와 연결될 때, 이런 조건에서 음악을 재생하면 음악이 간헐적으로 대략 1/10 비트 밀렸다 당겨졌다 한다. 너무 거슬린다!! 이런 전자적 모멸을 견딜 수 없어 유선으로 핸드폰을 연결하기로 다짐했다.현대차와 아이폰 16e는 둘 다 아주 혁신적인 물건이기 때문에 3.5mm 오디오 단자가 없다. 유일한 유선 연..

메이킹로그 2026.09.07

코너선반 유목민

우리집의 화장실에는 몇가지 룰이 있다. 그 중 하나는 "절대로 화장실 바닥에 슬리퍼를 제외한 물건을 놓지 말 것"이다. 그래서 우리집의 화장실 집기는 모두 거울선반이나 코너선반에 수납되어있다. 집에 원래 있던 하나의 코너선반 외에 총 3개의 코너선반이 있는데, 또 그 중 두개는 이케아에서 만든 크록피오르덴 KROKFJORDEN 이다. 문제는... 이 녀석이 자꾸 떨어진다는 것이다. 화장실 벽면을 빡빡 닦고 크록피오르덴의 접착부를 빡빡 닦아도 압착판이 공기 진입을 스멀스멀 허용하면서 이윽고 와장창!! 바닥으로 쏟아진다.주목할 점은, 코너선반 3개중 남은 하나, 이 녀석은 다이소에서 온 코너선반인데, 흡착식이 아니라 접착식이다. 사진에 보이는 제품의 코너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사실 코너선반이고 부착식..

메이킹로그 2026.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