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습기 배수구에 쓸 호스를 사는 겸 쇼핑도 하려고 집 근처 공구점에 방문했다. 하지만 토요일은 점심까지만 영업하고 문을 닫더라. 당연하지만 공구점은 다이소가 아니니까... 아쉬움을 뒤로하고 집에 걸어가다 문을 연 건재사가 보여서 들어갔다. 거대 로봇 손을 만들 때 손가락과 손목의 균형추로 쓸 벽돌(...)을 구입하기 위해 방문했던 건재사였다.

제습기에 쓸 호스는 물론이고 매번 공작에 유용하게 쓰던 PVC 파이프도 샀다. 모든 PVC 파이프는 4m 단위로 파셨다. 나는 머리를 쉬게할 만큼 힘이 충분하기 때문에 집에 잘 들고올 수 있었다. 오랜 시간 비와 먼지를 맞아 오염이 있는 것 빼면 완벽했다. 먼지야 닦으면 되니까.
이 PVC 파이프를 이용해 계획한 가장 첫 공작은 빨래바구니 정리대다. 다용도실에는 빨래바구니가 총 3개 있는데, 이것들은 부피도 많이 차지하는데다 적층도 되지 않아 안 그래도 좁은 다용도실을 더 좁게 만든다.


정리 대상인 바구니의 치수를 재고 설계를 스케치했다. 큰 바구니 두개를 안쪽에 비스듬하게, 그리고 작은 바구니 하나를 위에 놓을 수 있게 할 생각이다.


CAD로 스케치를 옮겨서 간단하게 sanity check를 했다. 어셈블리를 만들어보고 눈으로 돌려보니 말이 되는 설계인 것 같아 3d 프린팅을 시작했다. 바구니의 한 쪽 면에 4개, 그리고 양면으로 바구니 두개이니 24개가 필요하다. 너무 오래걸릴 것 같아 0.6mm 노즐로 프린팅했다. 그러고도 플레이트 두 개로 분할해서 총 10시간 정도 걸린다.


그 동안 파이프를 치수에 맞게 잘랐다. 지난번에 새로 찾은 철물점을 방문했을 당시 샀던 파이프 커터를 이용했다. 래칫과 지렛대를 이용한 신기한 메커니즘이고 정말 잘 잘린다. 제일 먼저 기둥이 될 높이 방향 파이프를 4개 준비했다. 그리고 물티슈로 오염을 닦아냈다.
음... 닦이지 않는다. 알콜 스왑으로 닦아본다.
안 닦인다... 아세톤으로 지워본다.
지워지지 않는다. 파이프는 스스로에게 기록한 오랜 세월을 내려놓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 이 파이프 생긴 그대로 공작에 쓰면 따끈따끈하게 새로 만든 물건인데도 35년 정도 쓴 것 같은 느낌을 낼 수 있을 것이다. 그건 싫다. 여태까지 깨끗하고 하얀 PVC 파이프만 보다 이 녀석을 마주하니 머리가 아파온다.

옛날에 다이소에서 쓸 데도 없는데 왠지 사고싶어서 두 롤이나 사둔 시트지를 꺼내 돌돌 말아주었다. PVC 파이프가 원목 봉재로 둔갑하는 마술이 일어났다! 맘에 든다. 다른 파이프도 절단하고 시트지를 발라야겠다. 근데 조금 불안하다. 시트지를 붙이면 그만큼 파이프가 두꺼워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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