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렌지 후드가 어느 순간부터 전원을 켜도 돌지 않았다. 또 완전히 돌지 않는건 아니고, 켜놓고 무시한 채 요리하면서 세월아 네월아 기다리다보면 어느순간 갑자기 돌기 시작했다.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뜯어봐야겠다 마음만 먹던 몇 달, 드디어 후드를 뜯었다.


뜯는 내내 끈적한 묵은 기름때가 진행을 방해했다. 손에 묻으면 비누로도 잘 안 지워져서 장갑을 끼고 공구에도 비닐을 씌웠다. 열어보니 후드 구조는 평범한 시로코 팬 형태였다. 근데 손으로 날개를 돌려보니 저항감이 굉장했다. 기름때가 베어링에 스며들어 회전을 방해하고 있는 것이다. 모터를 갈라봤지만 다행히 모터 안쪽은 문제가 없어보였다. 외부와 접촉하는 베어링 쪽만 잘 윤활해주면 될 문제로 보였다.

샤프트를 긁어서 기름때를 벗겨내고 집에 있던 다용도 그리스로 윤활해주었다. 훨씬 잘 돌아간다. 이제 찍어놨던 사진대로 역조립해서 마무리하면 잘 돌아갈 것이다!... 에서 끝났으면 블로그에 글을 쓰지도 않았을 것이다.

후드는 전원을 연결해도 돌지 않았다. 이상해서 다시 열어보니, 모터를 열 때 드라이버를 가지고 틈을 낼 때 드라이버가 파고들면서 모터의 코일을 끊어버린 모양이었다. 막막했다. 방법은 자명했다. 맞는 선 끼리 다시 납땜해서 이으면 된다. 테스터기로 맞는 선을 찾으면 되고, 집중해서 납땜도 하면 된다. 바로 그게 막막했다. 더 날로 먹을 방법이 없을까?

챗지피티 피셜 더 날로 먹을 방법은 없는 듯 했다. 다른 방안을 찾아야했다. 성능이 시원찮은 선풍기를 집진기로 개조하던 프로젝트가 떠올랐다. 선풍기 모터의 코일만 딱 취해다가 연결하면 되지 않을까? 눈대중으로 보건대 크기가 비슷했기도 하니.


크기는 맞는데 선풍기 모터 코일쪽 철심에 필렛이 없어서 원본 후드 모터 하우징에 넣을 수 없었다. 하하.
아니지. 코일만 취하는게 아니라 아예 선풍기 모터를 통째로 쓰면 되는거 아닐까? 나쁘지 않은 아이디어다. 선풍기 모터는 충분히 긴 구동축도 갖고있어서 원하는 목적으로 전용할 수 있다.



앞선 프로젝트에서 실측해놓은 값이 있어 순식간에 어댑터를 만들어냈다. 근데... 잠깐 뭔가 이상하다.


새 모터가 시계방향으로 돌잖아!! 원본 후드의 벌류트와 블레이드는 반시계방향 회전을 가정하고 만들어져서 이렇게는 쓰면 안된다.
🤦♀️...
어제 저녁부터 오늘 저녁까지 여러 억까들(여기에 쓰진 않았지만 더 많았음)을 이겨내며 왔는데 이런 바보같은 일이 일어나다니.

멘탈 회복 차원에서 일단은 개판(開板)인 상태로 그냥 둔 채 내일 마저 생각하기로 했다. 근데... 잠깐. 그러는 사이 나에게 뭔가 좋은 방법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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