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칫거리 판재를 창고 팬트리로

내가 살고 있는 건물은 필로티 구조라서 1층에 있는 건 주자장과 계단 뿐이다. 계단 아래에는 해리포터가 살았을만한 창고 공간이 있는데, 캠핑을 시작한 이후로 짐이 너무 많아 집주인에게 허가를 구하고 그 공간을 창고로 쓰고있었다. 근데 그 공간은 사람이 서서 들어갈 수 있는 높이가 아니고, 좁은데다, 꺾여있기까지 해서 그냥 짐을 던져넣는 것 외에 좋은 이용법이 없다. 근데 마침 지난 글(판재를 수급하는 방법)에서 생긴 아주 무겁고 긴 판재가 골칫거리라 고민중이었는데... 이 공간에 팬트리를 짜서 넣으면 참 좋겠다는 아이디어에 도달했다.



일단 그 문제의 판재 길이를 감당할 수 있는 입구를 가졌는지 확인해보기로 했다. 줄자로 시뮬레이션을 했고, 결과는 굿! 판재가 안쪽 벽에 걸리지 않고 충분히 들어갈 수 있다. 소파 문제 만세!


바로 판재에 부착할 다리를 만들었다. 집에 남아도는 22파이 450mm PVC 파이프(오타쿠 부스 차릴때 봉디스로 썼음 ^^)를 기둥으로 사용하고, 3D프린팅으로 판재와 바닥과의 인터페이스를 만들어 끼웠다.

붙여보니 꽤 그럴싸한 상다리 역할을 한다.

일단 창고의 물건을 전부 꺼내고... 😵


넣었는데... 음... 바보같이 안쪽 벽의 길이와 모양을 안 측정했다. 팬트리가 훨씬 길어서 벽에 밀착이 안된다. 웬만하면 벽에 밀착 안 된 상태로 그냥 써볼까 했는데 팬트리가 너무 앞으로 전진되어있어서 창고 접근성이 더 나빠졌다.



최첨단 코너 측정 기술을 이용해 모양에 맞춰 톱질했다. MDF라 만만하게 톱질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정말정말 힘들었다. 톱질하는 내내 은은한 편백 피톤치드 향이 올라왔다. MDF가 되기 전 당신은 어떤 나무였나요...


힘들고 힘든 톱질의 시간이 끝나고 다시 팬트리를 넣어봤다. 아?... 두번째 꺾임 각도를 좀 더 가파르게 가져가야했다. 여전히 팬트리가 벽에 밀착되지 않는다. 말도 안돼... 분명 최첨단 측정기술이었는데. 힘들어서 어떻게든 꾀를 부려보려 했지만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 톱질을 다시 하기로 했다.

그리고 짜잔! 벽과 딱 맞는 팬트리가 완성됐다. 사실 2층 팬트리를 만들려고 했는데... 지치기도 했고 짐도 어느정도 다 들어가서 그냥 1층으로 두기로 했다.

곧 캠핑가는데 정리 잘 했다. 뿌듯.